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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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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어디 또 있을까.
까딱 잘못하면 남의 입 살에 오르내려야 하고, 때로는 이쪽 생각과는 엉뚱하게 다른 오해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자신을 이해 시키고자 일상의 우리는 한가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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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란 정말 가능한 걸까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 하노라고 입술에 침을 바른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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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이해가 진실한 것이라면 불변해야 할 텐데 번번이 오해의 구렁으로 떨어진다.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언론 자유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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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를, 또한 내가 남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이해하고 싶을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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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자기 중심적인 고정 관념을 지니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사물에 대한 이해도 따지고 보면 그 관념의 신축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걸 봐도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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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한 존재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연인들은 자기만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열기로 하여 오해의 안갯속을 헤맨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 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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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추켜 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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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 아닌가.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실상은 말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건 흔들리지 않는다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이다.
*- 법정스님의 <오해> 라는 글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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