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부부란,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위기를 어떻게 힘을 합쳐 극복해 내느냐 하는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난 부부이고, 또 함께 위기를 극복했을 때 둘만이 나눌 수 있는 성취감을 함께 하고 더욱 애정을 깊이 다져 나가는 부부입니다. 하지만 요즘 클리닉을 방문하는 많은 중장년의 남성들의 입에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듯한 비참함, 집에 들어와도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을 때 느끼는 소외감,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등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만큼 요즘이 남편들에게는 아내에게 속 시원히 이야기 하지 못하는 살기 힘든 세상일지도 모릅니다. 남편, 아내 할 것 없이 힘든 게 부부 생활이고, 세상살이지만 아내가 남편의 기(氣)를 살려줌으로써 남편이 더욱더 가정과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만든다면 이야말로 일석이조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부부 클리닉에서 약 9백 쌍 정도의 부부와 상담을 통해 경험으로 체득한 남편의 기(氣)를 살리는 몇 가지 방법을 조언합니다.
1.건드리지 않기, 야단치지 않기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뇌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다르다. 여성은 언어 능력이 발달된 반면 남성들은 공간 지각력이 발달되었다. 그래서 아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말을 잘하고 말로 남편들의 맘에 비수를 꽂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대화 좀 하자’는 자신의 말이 왜 남편으로 하여금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선제 공격(문제 제기)을 시작하는 쪽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이 관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더 높고 예민도가 높기 때문에 먼저 아파하고, 그래서 먼저 불만이나 힘들다는 호소가 터져 나올 수가 있다. 문제는 ‘내가 너무 힘들고 아파’라는 호소를 남편들은 ‘니가 날 아프게 했잖아. 너 때문에 내가 불행하잖아’라고 남성의 무능력을 ‘비난’하는 것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남편이 오해할 만한 언어적 공격은 되도록 하지 않도록 한다.
언어적 공격의 예
1_비난 ‘왜 당신은…? 왜 너는 항상…?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등 ‘너 때문에 뭔가 잘못되었다, 네가 문제다’라는 함의를 포함한 표현들. 특히 ‘왜’로 시작하는 문장은 아주 좋지 않은 표현이다.
2_부정적인 판단 ‘게으르다, 계획성이 없다, 무책임하다, 이기적이다, 애들에게 관심이 없다, 나에게 애정이 없다, 가족을 사랑하질 않는다, 마마보이다’ 등 배우자의 인격을 부정적으로 단정 짓는 말.
3_모욕 ‘돈도 못 벌어오는 주제에, 밤일도 못하고 낮일도 못하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래도 남자랍시고…, 집안 내력이구만, 아버님도 그러시더니…’ 등 배우자가 열등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말.
4_의심 ‘지금 어디야? 누구랑 있어? 뭐하고 있어? 왜 늦었어? 왜 거짓말 해? 이 영수증 뭐야? 여자 생겼어?’ 등 배우자로 하여금 죄인 취급 받고 취조 당하는 기분을 들게 하는 말.
5_비교 ‘00네는 이번에 해외 여행 간다던데, 내 친구 남편들은 주말에 애들 데리고 나가서 잘도 놀아 주던데, 우리 형부는 얼마나 자상한지 알아? 당신은 형부한테 좀 배워야 돼’ 등 배우자로 하여금 반감이 들게 하는 말은 반항하고픈 맘이 들게 하는 역효과를 낸다.
2.불만을 부드러운 소망으로 바꾸어 표현하기
앞서 말한 대로 친밀감과 애정에 대한 예민도가 높은 여성들이 불만을 먼저 느끼기 쉽다. 그래서 아내들은 남편에게 이것저것을 요구하게 되고, 그것을 남편들은 ‘비난, 지적, 강요’로 느끼면서 부담감을 가져 묵묵부답, 단답형 대답, 술먹고 늦게 들어오기 등 아내로부터 도망을 가려고 시도한다.
이렇게 되면 아내들은 더욱더 좌절감을 느끼고 ‘얘기 좀 해, 대화 좀 해’라고 문제를 풀기 위한 시도를 하는데, 남편들은 이것을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느끼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욱더 강력히 철갑을 두르며 무장을 한다. 이때 크게 방어 유형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아예 부인이 잡을 수 없게 멀리 도망을 가거나, 부인이 공격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반격을 가하는 것이다.
어쨌든 부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것 더하기 남편과의 관계 악화를 겪어야 하니 이중으로 화가 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효율적인 전략’이다. 남편에게 불만이 느껴지고 남편이 변화하기를 원한다면, 효율적인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한다.
효율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의 예
1_‘당신 지금 시간 괜찮아요?’라고 남편이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2_‘요즘 당신이 직장에서 많이 힘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와서 나 도와 주려고 하고 애들한테 신경 써 주는 거 정말 고맙고 감사해… 난 정말 행복한 여자인 것 같아’라는 칭찬으로 말문을 연다.
3_‘그런데, 늦어질 것 같으면 미리 전화라도 해주면, 당신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으니까 덜 불안해지고 당신한테 전화하는 일도 없어져 좋을 것 같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하며 자신의 불만을 부드럽게 소망처럼 표현한다.
4_‘당신이 그렇게 해주면 우리 둘이 전화 때문에 다투는 일이 줄어들 것 같아. 술 마실 때 내가 자꾸 전화하면 짜증나고… 그치?’ 하고 남편이 강압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야기 한다.
3. 위로하기, 달래주기
생각보다 남성들은 감정에 약하다. 그 중에서 화내는 걸 두려워하는 남성들이 많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지고, 식은땀이 나고, 눈동자가 커지고,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신체적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이렇든 신체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일종의 신호이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 호르몬에 대한 남녀의 반응이 다르다. 여성들은 일단 화가 나고 신체적으로 각성이 되었다가도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자신을 진정시키는 능력이 남성들에 비해 큰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남성들은 일단 한번 화가 나면 그걸 진정시키는 것이 여성보다 어렵다. ‘어떻게 하면 내가 당한 걸 갚아 줄까’, 이렇게 복수의 그날을 기다리며 분노 반응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것이 남성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남성들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동년배의 여성에 비해 훨씬 높다.
중요한 점은, 좋은 아내는 남편을 진정시키고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아내다. 위로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 준다는 것, 즉 ‘공감’, ‘맞장구’, ‘동조’하는 것이다. ‘그래, 그래, 오죽하면 그러겠어…’, ‘나도 당신 입장이라면 그런 느낌일 거야’, ‘맞아, 맞아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지…’ 등 남편의 입장에서 남편을 달래주고 위로하는 유머 섞인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4. 밥과 Sex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남편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어쩜 그리 하는 말들이 똑같을까…’ 하는 놀라움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아침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아내가 과연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애정과 배려의 증거로 아침밥을 생각하는 남성들이 대단히 많다. 밥을 먹고 느끼는 포만감,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맛있게 먹고 난 뒤의 만족감을 행복하게 여기는 남편들이 많다는 것이다. 밥과 Sex는 남성들에게 비슷한 포만감(채워짐)을 느끼게 한다.
남성들은 여자들과 달리 Sex를 하면서 긴장을 방출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행위가 끝난 뒤에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Sex를 통해서 부인을 만족시키고 즐겁게 해주었다는 유능감을 느낀다. 그런데 Sex를 원하는 남편을 매정하게 거절하는 부인들이 있다. 남편이 손을 잡거나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며 접근을 할 때 손등을 탁 치면서 ‘저리 가지 못해!’라고 모욕감을 주는 경우이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남성들은 의외로 겁이 많고, 거절에 민감하고, 여자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 남편들이 아내로부터 성욕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부부 상담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워도 Sex가 살아 있고 Sex를 즐기는 부부는 어려운 일이 닥쳐도 예후가 좋다. 하지만 Sex를 하지 않는 부부, 그것이 만성적이고 특히 남성이 부인에게 접근하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에는 앞으로 가야할 치료의 길이 험난함을 일러 주는 신호가 된다.
5.5가지 원칙 지키기
하루 10분 투자로 부부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5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① 배웅하기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서 얼굴을 마주하고 ‘화이팅, 힘내, 우리 남편 잘 생겼다’라는 등의 자신만의 말 한마디로 남편을 격려하고, 하루의 스케줄을 서로 나누자.
② 퇴근한 남편 맞이하기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이 밥을 먹고, 씻고,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도록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내버려 둔다. 남편의 뇌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녹녹해진 것 같으면 대화를 시도한다. TV에 나오는 연예인 이야기 등의 가벼운 주제부터 시작해서 그날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에 관해 수다를 떤다. 최소한 하루에 10분씩은 남편에게 온 관심을 집중하고 남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자.
③ 존경과 감사의 표현하기 하루에 한마디씩 남편에게 칭찬을 해준다. 예를 들어 남편이 뉴스를 보면서 한마디 비평을 하면 ‘어쩜 당신은 그런 생각을 다 해. 역시 우리 남편은 참 똑똑해’ 하는 말, 그리고 ‘당신이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걸 알고 있다, 당신의 어떤 어떤 행동들이 우리들에게 참 큰 힘이 된다, 당신에게 감사한다, 고맙다, 행복하다’, 이런 표현을 하루에 한 번씩 꼭 하자.
④ 잠자리에 들기 전 남편 격려하기 TV를 보다가 쓰러져 자는 남편의 심정만큼 비참한 것도 없다. ‘나 먼저 잘게’, ‘잘자’, ‘오늘 하루도 무사히’라는 말 한마디로 잠자리에 든다는 것을 알려 주고 가볍게 포옹을 한다든지 뽀뽀를 한다든지 손을 잡아주는 등의 가벼운 스킨십은 남편에게 큰 격려가 되므로 잠자리에 들기 전 남편을 격려하자.
⑤ 일주일에 한 번씩 데이트 하기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고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다.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가도 좋고, 함께 영화를 보아도 좋다. 또한 차 한 잔 혹은 와인 한 잔 마시며 서로에게 집중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 주는 시간을 마련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