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기를 면해주는 것이 일덕이요
- 취기가 심하지 않은 것이 이덕이고
- 추위를 덜어주는 것이 삼덕이며
- 일하기 좋게 기운을 돋워주는 것이 사덕이고
- 평소에 못하던 말을 하게 하여 의사를 소통시키는 것이 오덕이다.
맛도 좋은 데다 실생활에 유익하고 덕까지 갖추었기 때문인지 이웃나라들에서도 이 토속주는
예부터 명주로 소문났었다』(조선일보 李圭泰 코너 막걸리,2000.7.5)
막걸리에 대한 이규태선생의 애찬을 특유의 글 솜씨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막걸리의 효용을 더 부언하자면,
더불어 한잔 마심으로써
- 이질을 동질로
- 불화를 화해로
- 오해를 이해로
전환시키는 마술과 같은 어떤 신비의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막걸리 한 사발 놓고도 우리 선조들은 공손한 마음과 자세로 어른들을 모셨으며
손위 ․ 손아랫사람과의 술자리에서도 격식을 갖춰 술자리를 가졌다.
이런 술(막걸리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마셨던 여러 종류의 술)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인
인식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예(禮)이고, 갖춰야하는 도(道) 즉, 주도(酒道)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우리 선조들이 지켰던 엄격한 주도(酒道)와는 상관없이 술은
일상의 벽을 넘어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건 사실이다.
-무한한 활력소의 역할
-미래지향적인 사고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쌓였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는 묘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으로 이성을 잃고 타락의 수렁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기에 서양 격언에
-첫잔은 갈증해소,
-둘째 잔은 즐거움
-그 다음 잔은 발광하기 위해서 마신다고 하였으며,
대승불교 경전인 ‘법화경’에서도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좀 지나면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라는 경구를 뒀는지 모른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얼마 전
-적당한 음주’를
-덜 위험한 음주’란 말로 바꾸기로 했다.
그만큼 술은 해롭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술을 마시려면, 가칭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밝힌 건강 음주의 계명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그 계명은
①가능한 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신다.
②첫 잔은 한 번에 마시지 말고 여러 번 나누어 마신다.
③술을 마시면서 목이 마르면 차가운 얼음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한다.
④술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전에 무알코올 음료수를 많이 마셔 둬야하며, 우유나 치즈, 육류 등 소화 속도가 느려 위속에 오래 머무는 고단백 ․ 고지방 음식을 많이 먹는다.
⑤자기가 마신 술의 알코올 양을 어림잡아 보며 주량을 지키도록 한다.
⑥공복이 아닌 상태, 즉 안주를 충분히 먹은 후에 술을 마시되 천천히 마신다.
⑦무리하게 술을 권하지 않으며, 받은 술잔은 다 마신 다음에 잔을 받는다. 그리고 가득 채우진 않는다.
⑧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을 때는 확실히 거부의사를 표시한다.
⑨술을 마시면서 소금기가 많은 짠 스낵 류를 같이 먹지 않는다.
⑩숙취는 반드시 풀되, 해장술은 금해야 하며 술자리는 주 2회를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⑪사이다나 콜라를 섞어 마시지 말아야 한다.
사이다나 콜라를 섞어 마시는 음주 습관은 몸에 해롭다. 탄산거품이 섞인 술은 흡수가 빨라 짧은 시간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⑫술자리에서는 되도록이면 담배를 삼가도록 해야 한다. 술자리에서 피우는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며 알코올 역시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담배 연기 속에 2-6%의 일산화탄소가 있는데 음주 중 담배까지 피우면 거의 연탄가스 중독에 가까운 타격을 받게 돼 심장, 간 뇌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⑬술자리에서는 무조건 흥겹게 즐겨야 한다. 여건만 된다면 가끔 술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것이 좋다. 즐거운 놀이와 모임, 그 자체에 열중하다 보면 술도 덜 취하고 좀처럼 만취상태까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술은 이렇게 마셔야 한다는 얘기는 술을 마셔야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얘기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술의 몇 가지 계명으로 술 마시는 지혜를 밝혔으나 우리들의 술 문화에서 꼭 이것만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음주 문화도 바뀔 것이다.
첫째, 건배(乾杯)를 자주 제의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술을 시작하면서 술을 같이 마시는 모든 이의 어떤 목적을 다짐하는 건배야 분위기를 띄울 수 있지만 술을
더 마시기 위하여 건배를 자주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술을 더 마시기 위해서 제의하는
건배는 고쳐져야 한다.
이런 경우는 예외일 수 있다. 2000년 9월 24일 남북 국방장관 회담 전야에 벌어진 한 판 술자리 대결의
경우는 예외일 수 있다. ‘술에서도 져선 안 된다’는 군 특유의 기질이 제주 롯데호텔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남북대표단 만찬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조성태 국방장관과 김일철 북한인민무력부장의 만찬사와 축배 제안에 따라 포도주로 건배한 것 까지는
의례적인 수순이었으나 동석한 우근민 제주지사가 알코올 도수 35도의 제주 특산 ‘허벅주’ 자랑을
늘어놓으면서부터 다른 ‘부드러운’ 술들은 양측 군인들의 관심에서 비켜나고 독한 허벅주 잔이
한, 두 순배 돌면서 만찬은 차츰 ‘기(氣)대결’ 분위기로 치달았다.
우리측 대표들이 한명씩 일어나 13명의 북한 대표단에 계급 순으로 일일이 건배하고 마지막으로
김일철 부장에게 잔을 맞추자 북측 대표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응수했다고 한다.
결국 양측 대표단 대부분이 이 독한 술을 최소한 30잔 가까이 마신 셈이 되었지만 양측 어느 누구하나
흐트러진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무골(武骨)로서의 자존심과 특유의 기질 싸움이었겠기에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우리들 보통 사람들의 자리였다면 허세(?)라고 판단되므로 곱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둘째, 잔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음주문화 중 자기중심적사고와 남을 배려하지 않는 강요문화인 잔 들리기는 없어져야 한다.
상대방의 뜻은 아랑곳 하지 않고 술잔을 밀어 붙이기 식으로 권하는 것은 그 자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주량이 동일하다는 편의주의 식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사람마다 제각기 개성과 체질이 달라 그 주량도 다르기 때문에 잔을 돌린다는 것은 동일한 잔으로
동일한 횟수를 마셔 동일한 양으로 같이 취하자는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취기의 정도는 같지
않기 때문에 잔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셋째, 가능하다면 폭탄주를 마시지 않아야 한다. 이 폭탄주는 맥주 컵에 독한 술잔(양주 스트레이트 잔)을 빠뜨려 마시는 술로 미국인들은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라 부르며 탄광, 벌목장, 부두 등지의 노동자들이 즐겨 마시는 술로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지에서도 알콜 중독자나 싼 값으로 취하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인기 품목이다. 맥주에 들어 있는 탄산가스가 양주의 알콜 흡수 속도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폭탄주를 마시면 빨리 취하게 된다. 그러므로 폭탄주는 금해야 한다.
중국 ‘하’나라 걸왕처럼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패가망신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그레이디’는 이렇게 설파하였다.『술은 평화와 질서의 적이요, 부인의 공포요, 귀여운 어린이의 얼굴의 구름이요, 언제나 무덤을 파는 자요, 어머니의 머리를 시게 하는 자요, 슬픔으로 무덤에 가게 하는 자이다. 아내의 사랑을 실망케 하며 어린이들에게서 웃음을 빼앗는다. 가정에서 음악을 없이해 버리고, 가정을 슬픔으로 차게 만드는 것, 그것이 술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의 가공음료 중에서 최상의 음료는 술이며 적당량의 술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풀고 가족과 동료간에도 화목과 친목을 북돋을 수 있는 등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술 아닌가?